예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채프만 형제’

지난 8월 23일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채프만 형제의 개인전 오프닝이 있는 날임과 동시에, 연계 프로그램으로 작가와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아티스트 토크의 사전 예약 공지가 떴을 당시, 국내의 많은 미술팬들은 yBa(young British artists)출신의 슈퍼스타이자 악동으로 유명한 이 아티스트 형제와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지 기대하며, 그들의 예상 대답을 점쳐보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전시 오프닝보다 두 시간여 먼저 시작했고,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모두 일찌감치 도착해 좋은 자리를 맡는 분위기였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등장한 채프만 형제의 모습은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는 잃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아티스트 토크의 시작 멘션으로,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피곤하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이번 전시의 테마와 작품들을 작가가 직접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철학과 작품 이야기 등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전시 설명이 끝난 후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양한 질문들 속에서 결국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에 꼭 의미나 메시지를 담을 필요는 없다, 예술에는 경계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채프만 형제의 시각이 잘 나타난 의미의 대답들로 결론 내려줬다.

▲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세 번째 해외작가 개인전으로 영국작가 채프만 형제 (Jake and Dinos Chapman)의 ’The Sleep of Reason’ 전을 국내 최초로 개최한다. 채프만 형제는 인습타파적 조각이나 프린트, 설치작업을 통해 전쟁과 대량학살, 섹스, 죽음, 소비문화 등의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현대정치, 종교, 도덕성을 그들 특유의 날카로운 위트와 에너지로 실험하는 작가이다. 전시는 8월 23일부터 12월 7일까지 볼 수 있다. (사진=김미정 객원기자)

그리고 이러한 대답들은, 예술 작품에 정작 아티스트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던 부담스러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행위들, 그리고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정의하는 일련의 시각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했다.

이번 전시는 채프만 형제의 대표 시리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정서를 염려한 것인지, 보다 적나라하고 신랄한 작품들은 오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보이는 그대로의 감정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미술을 어려워하는 관람객이 보더라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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