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정 문화경제팀 기자.

영화계가 ‘핵노잼’ 주의보에 비상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다.

‘핵노잼’은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핵폭탄급으로 재미가 엄청 없다”는 뜻이다. 이런 반응을 받으면 재미없는 영화로 낙인찍혀 당연히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기 때문에 영화계에서 가장 신경쓰이면서 피해가고 싶은 단어라고 한다.

SNS의 활성화로 영화계의 댓글 관리가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핵노잼’ 같은 경우 단 한마디로 영화를 평가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영화인들이 가장 꺼리는 단어로 손꼽혔다.

최근 장년층과 어린 관객들이 영화 흥행의 변수로 떠올랐지만 영화계는 여전히 20~30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들의 바이럴 마케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입소문도 마케팅에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일 여의도 ifc몰에서 열린 ‘CGV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서 이승원 CGV리서치센터 팀장은 “개봉을 앞둔 배급사들이 가장 주의하는 단어 중 하나는 핵노잼”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SNS 활성화로 배급사들이 댓글 관리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핵노잼은 관리가 불가능할 만큼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어 배급사에서 가장 기피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SNS상에서 핵노잼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순간 재미없는 영화로 낙인 찍혀 흥행을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CGV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청소년불가 액션 영화로 개봉 전 반응은 높지 않았지만 개봉 후 ‘좋다’는 관객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 의외의 흥행을 이어갔다. 반면 ‘강남 1970’의 경우는 남자주인공 이민호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았고 인터넷 반응도 후끈해서 이 부분만 보면 500~600만 관객을 기대할 정도로 예측됐지만 실제 개봉 후 흥행에서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실제 입으로 전하는 오프라인 입소문을 넘어 이제는 인터넷상 SNS의 댓글이나 소문에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게 영화계의 현실이다.

이에 ‘부정적인 언급은 포털 사이트 등에 삭제해달라고 요청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는 제작자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영화시장에서 40~50대 연령층의 위치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독 천만관객 영화가 많았던 지난해에 천만 영화를 이끈 주역이 바로 40~50대라는 얘기다.

영화 개봉 초기에는 20~30대가 흥행을 이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천만관객을 만드는 것은 40~50대로 최근 이 같은 중-장년층 고객의 시장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도 영화계는 눈여겨볼만 하다.

‘핵노잼’ ‘노답’ ‘꿀잼’ 등 젊은 세대들의 신조어가 영화의 흥행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을 미치지만 넓게 바라보고 흥행의 끈을 길게 끌고가는 파워는 중-장년층에게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미래경제 /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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