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일화 도봉세무서 재산법인납세과장

아는 지인이 사업자등록을 나의 명의로 좀 대신 내어달라 한다. 해 줘야 하나, 해 주지 말아야 하나? 참 고민스런 일이다.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부부처럼 지냈고, 그 사람의 직장이니 뭐 별 문제 있으려니 하고 사업자등록을 대신 내 주면서 통장 개설 및 공인인증서를 발급해 줬다.

근 몇 년간 아무 탈이 없이 예년처럼 지냈다. 공장도 그런대로 돌아갔고, 사업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세금을 내라는 이야기도 없었으니 다 알아서 처리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세금을 내지 않은 돈이 수천만 원이라고 통지서가 왔다. 고지서를 받아보지도 못했는데다가 단칸방 집이라야 보증금 밖에 없는데, 보증금을 빼서 세금 일부를 갚았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세무서를 찾아갔다. 세금 때문에 압류될 것도 없었지만, 월세 사는 지금 상황을 이야기하고 돌아 왔다.

그런데 이제는 물건을 가지고 오고 갚지 않은 돈이 문제이다. 통장 입출금 내역을 다 풀어보니 이럴 수가 있는가? 이 많은 돈이 다 어디로 흘러가고 어디에서 왔다는 말인가? 가슴을 치면서 후회해 보지만, 화만 솟구칠 뿐이다. 그래도 구청에서 나오는 생계보조비로 살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걱정이다. 조금이라도 벌어서 저축이라도 하고 싶은데, 내 통장조차 가질 수 없으니 어이하면 좋다는 말인가?

이런 하소연은 세무서 직원에게는 으레 있는 일이다. 조금만 세금에 대해 상식적으로라도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세금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사업가가 아닌데 꼭 알 필요가 있는가? 사업가 아니라면 그냥 상식 수준으로 알면 된다. 세금에 대해 안다는 것은 세금을 어떻게 계산하고, 세율이 얼마이고, 어떻게 내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 때문에 너무 복잡하게 느낀다.

그러나 그렇게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세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사업을 하려면 어떤 종류의 세금을 잘 정리해야 하는 지, 그 업종의 사업에서 세금 신고를 하려다 보면 특히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세금 신고에 있어 주로 잘못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이 정도라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세금이 우리 실생활에 가깝고 꼭 알아야 한다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 샐러리맨이나 주부들은 세금이 무엇인지 조차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경리부서나 영업부서와 같은 세금계산서를 다뤄야 할 부서에 근무해보지 않으면, 부가가치세란 세목이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갓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초년생들에게 생소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정책적으로 초등학교 학생 때부터 특별활동 시간을 통하여 세금에 대해 가르치고, 세금교육 교재를 만들어 배부하지만, 납세의 의무가 국민의 의무이면서도 세금을 내고 있는지 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세금에 대해 조금은 상식적으로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세금은 나 자신이 사업자가 아니라하더라도 실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나와 관련이 있을 때가 많다. 세금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국세청에서 펼치는 각종 행정이 싫든 좋든 이 땅에서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세금 자체는 아니더라도 실생활과 관련된 세금 때문에 일어난 이야기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세금이 뭔지도 모르고 명의를 빌려줬다가 황당한 일을 당하는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알아두는 것이 좋다. 세금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사업을 할 때는 어떤 세금이 나오기 때문에, 이 업종에서는 세금을 낼 때 이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정도는 숙지하는 것이 좋다.

사업을 오래 해본 사람들에게 세금은 아주 쉽게 이해될 수 있지만, 처음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세금을 이해하기 참 어려울 수 있다. 일상생활과 세금은 아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세금에 대한 이야기와 세금을 거두기 위해 이뤄지는 과세 관청의 정책적인 집행 내용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나의 재산이나, 내가 가진 많은 돈을 잃어버리는 불편함을 겪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일화 도봉세무서 재산법인납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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