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35년 이상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문제다. 아직도 수많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인해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등 빈번히 발생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연간 국내에서 발생해 신고되는 급발진 사고는 약 100건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10배 이상 되는 1000여건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급발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급발진으로 인한 차량의 결함을 찾기 어렵고 본인이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들도 인정을 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정부도 몇 건의 조사에서 차량 이상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 한 상황이다.

반면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와 법적 체계가 다르다보니 소비자의 차량 문제 제기에 대해 업체들이 된 답변을 하지 못하면 설사 완벽한 차량 결함이 밝혀지지 않아도 보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재작년 초 미국 오클라호마 법정에서 소프트웨어 전문그룹인 바 그룹에서 일부 도요타 캠리 차량에 전제제어장치의 프로그램 오류로 인한 급발진 사례가 일부 확인되면서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받은 것이 최근 밝혀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없는 것일까? 항상 얘기하는 단순히 운전자의 실수일까? 전체 차량의 약 30%에 장착 돼 있는 영상 사고기록장치를 분석해 보면 운전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차량의 이상 현상, 즉 자동차 급발진 사례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자동차 급발진 연구를 하는 민간단체인 자동차 급발진연구회에서는 전체 급발진 사고 중 약 80%는 운전자 실수이고 나머지 20% 정도가 급발진 사고라고 판단하고 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문제는 여러 꼭지가 해결돼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급발진 원인도 찾아야 하고, 신차 및 기존 차량에 방지 장치를 장착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급발진 사고가 과연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차급발진 연구회에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책임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저가형 보급 사고기록장치, 즉 자동차용 상용 블랙박스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표한다. 이 장치를 통해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원인이 완벽하게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이어야지 흉기가 되어선 안 된다. 빠르면 올해 후반이면 이 장치를 통해 자동차 급발진 사례가 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 급발진의 원인 확인 된다면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확실한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대한민국 손으로 가장 어려운 사안을 밝히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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