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대희 차장.

새해 첫날부터 오른 담뱃값. 2000원이라는 높은 인상폭으로 신년부터 금연을 선언한 애연가들이 많은 한편 국민보건증진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담뱃값 인상이 예고된 지난해 말부터 담배사재기 등으로 1일 1인 1갑으로 제한 판매까지 시행되면서 담뱃값 논란은 연말부터 연초까지 끊임없는 잡음을 낳고 있다. 여기에 아직 담뱃값 인상을 결정 못한 담배회사들이 있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담뱃값은 500원 정도의 인상폭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4배에 가까운 2000원이 오르면서 서민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이젠 담배 한갑이 4500원에서 5000원에 이른다.

여기서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저소득층 노인들과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50대 후반 이상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통 하루에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운다. 2000원이 오르면서 금전적으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기존 담배 가격으로 하루에 한갑을 피운다고 하면 30일 기준 7만5000원이지만 올해부터는 13만5000원이 된다. 시골의 매월 수익을 생각하면 제법 높은 금액이다. 도시로 따지면 노동자들과 비슷할 수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봉초 담배(잘게 썬 담뱃잎을 종이봉투에 넣어 파는 형태로 흡연자가 직접 담뱃잎을 종이에 말거나 곰방대에 넣어 피운다)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지면서 결국 ‘국민 건강보다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한 증세’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증세 논란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데 올해부터 인상된 담뱃값으로 인해 세금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500원이었던 지난해에는 세금부분이 61%였지만 올해부터는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74%로 증가했고 추가로 거두는 세수는 1550원에서 3318원으로 올라 200% 이상 증가한 1768원이 됐다.

애연가라는 한 택시운전 기사는 “담뱃값 인상으로 건강도 챙기고 얼마나 좋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운전을 하면서 담배 하나 피우는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2000원이나 올라 강제로 금연시키는거나 마찬가지니 오히려 더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운전 기사 또한 “담배 하나 피는 건 개개인의 자유일텐데 그것마저 막아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르면 어차피 담배를 필 사람들은 다 흡연을 할 텐데 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더 안 좋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최근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판매량이 많이 줄어 금연에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으며 과연 담뱃값 인상이 건강과 금연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소득이 없거나 적은 이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래경제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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