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정 문화경제팀 기자

“드디어 제가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제주에 지어진 미술관들은 아무리 가격이 많이 오른다 해도 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향후에는 별도의 재단도 만들 계획입니다.”

제주도에서 ‘아라리오뮤지엄 제주’의 정식 개관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주)아라리오의 창업자인 김창일 회장은 설레임과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힘주어 얘기했다.

아라리오뮤지엄의 초정으로 직접 제주도를 방문해 둘러본 미술관들은 한 마디로 기존 미술관들의 틀과 상식을 완전히 파괴한 독특한 형식으로 재미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영화관, 상업건물, 모텔로 사용되던 기존 건물을 이용해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이라는 특이한 명칭의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과거 건물의 쓰임과 기억,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용도로 재창조된 아라리오뮤지엄은 둘러볼수록 신선하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여서인지 아니면 맑고 쾌청한 제주 하늘이 보여서인지 상쾌한 예술의 향기가 절로 느껴졌다.

이곳의 공간들은 김 회장이 직접 참여하고 손수 디자인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김 회장은 “그대로의 모습을 기본으로 놔두면서 최대한 제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기존 미술관의 화이트큐브보다 작품 중심으로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친 공간 속 다른 어떤 것보다 작품이 빛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실내 공간을 구성했다”라고 덧붙였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들뜬 모습으로 미술관을 소개할 때마다 흥분하며 설명하는 김 회장은 그 흥을 감추지 못하고 노래를 불러도 되겠냐며 양해를 구한 뒤 ‘그것만이 내 세상’을 전시장이 떠나가도록 큰소리로 부르기도 했다.

아마도 오랜 꿈을 비로소 이루게 됐다는 김 회장의 그 흥분과 떨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닐까. 38년 만에 그가 원하는 미술관을 찾아낸 셈이니 말이다.

제주공항에서 10여분거리로 멀지 않은 곳에 라마다 제주호텔과 많은 모텔들이 즐비하고 바닷가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아라리오뮤지엄 3곳은 10월 1일 정식 개관했다. 무엇보다 3곳의 미술관 모두 외관이 빨강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가슴 속에 남겼다.

제주의 수려한 자연경관 대신 제주 구도심에 버려지고 방치된 건물들을 배경으로 예술작품이 주인공이 되는 아라리오뮤지엄만의 특별함은 김 회장의 의지가 아니면 만날 수 없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래경제 /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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