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한우영 기자

지난 18일 재계에 모든 관심이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에 쏠렸다.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는 점과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 그룹이 부지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전은 결국 싱겁게 끝이 나 버렸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감정가 3조3346억원 보다 무려 3배나 많은 10조5500억원을 써냈기 때문이다. 함께 인수 의향을 밝힌 삼성전자는 5조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인수가에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의혹 섞인 목소리와 함께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우려는 현대자동차 그룹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자동차는 물론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의 주가는 입찰가격 공개와 함께 크게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정몽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10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는 만큼 입찰 금액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부지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우려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의 통 큰 리더십이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정몽구 회장은 그동안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판단과 실행력으로 그룹의 성장을 견인했다. 1998년 당시 법정관리 중인 기아차를 7조원에 인수한 것과 1999년 미국 시장 진출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의 대규모 리콜과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로 내수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의 10조원이 넘는 과감한 베팅이 독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 부지에 2023년 경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가 완공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00년 앞을 내다 보고 투자했다는 정몽구 회장의 통 큰 베팅이 패착(바둑에서 지게 되는 나쁜 수를 일컫는 용어)이 아닌 신의 한 수가 되길 기대해 본다.

(미래경제 / 한우영 기자)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우영 산업부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