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소송’ 등 갈등 빚은 삼성-CJ 화해모드 기대 관측도

▲ 이재현 CJ회장.(사진=뉴시스)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4) CJ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범 삼성가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다.

이에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형제의 유산상속 소송 등으로 얼어붙었던 이들 삼성 측과 CJ가 이 회장 선고를 앞두고 녹아내리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故) 이창희씨의 부인인 이영자씨, 차녀 숙희씨, 3녀 이순희씨 등도 포함됐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탄원서에는 이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지금의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니 선처를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으며 또 회장의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투자 타이밍을 놓쳐 CJ 그룹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달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탄원서는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CJ그룹 손복남 고문과 부인인 김희재씨가 범삼성가의 여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과 CJ는 2012년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 소송을 제기한 이후 갈등을 빚어왔다.

이후 삼성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는 사건이 불거졌고 고(故) 이병철 회장 선영 출입문 사용 문제 등을 놓고도 다툼을 벌이면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사이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나왔었다.

○ 삼성가 한목소리 호소에 ‘삼성-CJ’ 화해 전망 기대

그러다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씨가 지난 2월 6일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고 생각해 소송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화해를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이맹희 회장 측은 지난 2월 상고 포기와 관련해 “조만간 (이건희 회장 측이) 화해를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들었다”고 전해 화해의 가능성도 보여왔다. 하지만 삼성가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관장 등이 한목소리로 가족의 일원으로서 선처를 부탁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하고 나서 두 그룹이 그동안의 악감정을 털어내는 계기가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조성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작년 7월 구속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9월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작년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 항소심 재판부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한차례 수감되기는 했지만 이후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 14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구속 수감 도중 만성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쁜 것으로 전해졌다.

범 삼성가의 선처 호소에 대해 CJ 관계자는 “탄원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 다만 회장님 건강이 안 좋으시고 경영도 차질이 빚어지니 가족으로서 안타까운 마음과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며 “우리도 감사할 따름으로 가족간 화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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