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가세로 매출은 '펄펄' 수익성은 ‘허덕’

▲ (왼쪽)CJ올리브영과(오른쪽)왓슨스 매장 모습.(사진=김대희 기자)

헬스·뷰티전문점 시장을 놓고 유통기업 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헬스·뷰티전문점은 CJ올리브영이 1999년 문을 연 이후 코오롱W스토어(2004년) GS왓슨스(2005년) 등이 진출하면서 유통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도 2012년 ‘분스’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했고 여기에 지난해 유통공룡 롯데가 ‘롭스’로 새롭게 후발주자로 합류해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헬스·뷰티전문점은 미국과 일본에서 대중화된 ‘드러그스토어’를 모방한 형태다. 그러나 의약품 판매 비중이 높은 외국의 드러그스토어와 달리 한국에서는 화장품과 건강식품, 잡화, 음료 등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전문 매장으로 발전했다. 국내 헬스·뷰티전문점 시장 규모는 2008년 1100억원에서 2012년 5000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지난해말 기준으로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 왓슨스. 대표 교체와 사명 변경하고 매장 수 확대 ‘공격 경영’

GS왓슨스가 최근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헬스·뷰티용품 전문점 시장 ‘2위’인 GS왓슨스가 대표이사와 회사 이름을 동시에 바꾸는 등 새롭게 정비하는 모습이다. 매장을 대폭 늘리는 등 공격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업계 1위인 CJ올리브영은 내실화에 집중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후발 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에 향후 시장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GS왓슨스는 기존 스티븐 양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 리테일 출신 하태승 대표가 새로 취임했다. 1990년 LG그룹에 입사한 하 대표는 이후 GS리테일에서 기획과 마케팅, 영업 등의 업무로 경험을 쌓았으며 GS왓슨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했다.

GS왓슨스는 GS리테일과 글로벌 기업인 홍콩 왓슨스의 50 대 50 합작회사로 대표 교체와 함께 사명도 GS왓슨스에서 ‘왓슨스코리아’로 변경했다.

새 출발을 다진 왓슨스코리아는 핵심 상권 위주로 점포를 적극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이달 안에 카카오톡을 통해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를 시작한다. 또 왓슨스의 자체브랜드(PL) 제품을 들여와 상품군을 강화하고 우수한 국내 브랜드 상품은 왓슨스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소개한다는 전략이다.

왓슨스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 시장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펼 것”이라며 “핵심상권 위주로 매년 30개 이상 직영점을 내서 매장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왓슨스코리아의 공격 경영 방침과 달리 CJ올리브영은 내실화 방침을 정했다. 매장을 늘리는 대신 판촉 활동에 주력해 기존 매장의 수익성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지난해 105개 매장을 열며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지만 올 상반기에는 10개의 매장만 늘렸다.

하지만 이 같은 왓슨스코리아가 공격 경영에도 무리가 있을 전망이다. 매장을 확장하는 만큼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 확대를 통해 왓슨스코리아가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른 각종 투자비가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주요 상권의 임대료가 오른 데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에 투자가 계속 이뤄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 외국인 관광객들이 올리브영을 방문해 물품을 고르고 있다.(사진=CJ올리브영 제공)

○ 업계 1,2위 올리브영과 왓슨스코리아 등 ‘적자’ 행보

이와 관련해 최근 헬스·뷰티 전문점이 영업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와 2위인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를 비롯해 후발주자인 신세계 분스와 롯데의 롭스도 최근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헬스·뷰티 전문점 시장은 지난 3∼4년간 평균 30% 이상 규모가 늘었지만 경기 변동에 민감하면서 할인 경쟁과 주요 상권의 비싼 임대료 등으로 투자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페베네가 2012년 8월 시작한 헬스·뷰티전문점 ‘디셈버24’ 사업을 5개월 만인 2013년 1월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찌감치 접은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지난해 3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11년 69억원, 2012년 8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더니 지난해는 적자를 보였다. 매출액은 2011년 2119억원에서 2012년 3075억원에 이어 지난해 4578억원으로 평균 40∼50%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은 줄어 아이러니하다.

GS왓슨스는 이미 2012년 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지난해는 99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매출액도 지난해 911억원으로 전년 855억원과 비교해 6.5% 성장에 멈췄다. 2010년 512억원에서 2011년 753억원으로 47% 성장한 것과는 달리 더딘 모습이다.

헬스·뷰티 전문점 시장에서 1위와 2위 업체가 적자를 내는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가운데 무리한 경쟁과 투자가 손실의 주 된 이유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롭스 매장 모습.(사진=김대희 기자)

○ 롯데·신세계 등 가세로 시장 규모만 커져

지난해말 헬스·뷰티 전문점 시장 매출은 7000억원 안팎으로 성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신세계와 롯데까지 뛰어들어 사업 전망이 밝아보였다.

하지만 이미 업계 일부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 바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한 구조라는 이유다. 가장 큰 부담으로는 명동과 강남역, 홍대입구 등 유동인구가 많은 노른자위에 매장을 내야 하기에 비싼 임대료가 손꼽힌다.

신세계는 분스는 적자가 지속되는 등 수익성이 불투명해지자 추가 출점계획과 중장기 사업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

가장 늦게 합류한 롯데는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보며 현재 10개인 롭스 매장을 연내 30개까지 늘리며 왓슨스코리아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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