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기업환류세제를 도입해 가계 소득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자는 것이다. 경기 부양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도 없다. 결국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 카드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올해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을 분석한 대기업의 한 CFO의 의견이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에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로 기업소득 환류세제도입을 신설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도입의 핵심은 기업이 한해 동안 벌어들인 수입에서 기업설비 투자와 배당, 근로소득 등에 일정규모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지켜지지 않으면 기업에 세금을 물겠다는 것.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쌓이자 이를 가계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돈이 기업에서 가계 흘러 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다.

취지는 선진국에서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기업환류세제의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사내유보금이 전부 현금이 아니라 여기에는 투자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현금은 그 만큼 줄어들게 돼 반드시 사용해야할 배당소득과 근로소득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허점이 있다.

일부 기업은 이를 악용해 벌써부터 오너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투자를 늘리려고 준비중이라는 첩보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상무는 “한푼의 세금이라도 덜 내려고 절세를 뛰어 넘어 탈세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이 바보가 아닌 이상 세금으로 내놓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맹점은 배당소득이다. 국내 상장사들이 배당을 늘린다 하더라도 그 혜택은 개인투자자 대신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와 친족, 외국인이 될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코스닥 시장에서는 배당이 높지 않다는 것도 주식시장에서는 일반 상식이다. 즉, 배당이 늘어도 과실은 가계 소득이 아닌 대주주와 외국인만 배불리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업환류세제 도입으로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가계가 아닌 대주주와 외국인만이 과실을 따게 되는 셈이다. 가계 소득 증대는 없을 것으로 보여 앞서 대기업 CFO가 ‘기업 압박카드’라는 우려는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 보다는 ‘어디가 실제로 수혜를 볼 수 있는지’ 면밀한 분석을 통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 되길 바란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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