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공공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공조를 촉구하고 있는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사진=유튜브)
세계보건기구(WHO)는 8일 서부아프리카국들의 에볼라 발병 확산 사태와 관련 '국제 공공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PHEIC)를 선포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에볼라는 지난 40년 간 최악의 전염병"이라며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공조를 촉구했다.

WHO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가장 긴 시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에볼라 확산이 매우 우려스러워 공공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WHO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지난 2009년 돼지 인플루엔자가 발병했을 때와 지난 5월 소아마비 창궐 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챈 총장은 "에볼라가 발병한 국가들은 이를 통제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발생 지역의 부실한 보건 체계가 겹쳐 국제적 확산 우려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에볼라가 지구촌의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국제사회가 가능한 한 가장 시급하게 이에 대한 지원을 제공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작년 12월부터 이달 4일까지 에볼라 창궐로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모두 93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과 7일 이틀 간 전문가 회의를 열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의 심각성에 대해 논의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 3월 기니에서 첫 발생하기 시작한 이후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로 확산됐다. 아직까지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으며 치사율이 약 50%에 이르고 있어 에볼라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긴 했지만, 에볼라 전파를 막는 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난 5월 비상사태 선포시에도 파키스탄과 카메룬에서 소아마비 확산이 늦춰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WHO는 지난주 회의에서 이들 국가들이 WHO의 권고 사항들을 충분히 지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었다.

한편 미국은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 하루 전인 7일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 태세를 최고 등급인 레벨 1로 격상시켰다. 톰 프리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은 이번 에볼라 발생은 과거 일어났던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 때들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의회 청문회에서 밝혔다.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 발생 당시 WHO의 대응을 지휘했던 데이비드 헤이만 박사는 국제 공공보건 비상사태 선포가 어떤 이점을 가져올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사태 선포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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