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만종 기자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다. 유보금의 정의도 모르는 사람들이 여기에 과세를 한다고 하니 답답할 수 밖에 없는 노릇 아니냐.”

사내보유금에 대한 과세 여부를 두고 정부와 재계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내부에 쌓아두고 있는 만큼 이들 투자로 연결시켜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의도다. 의도는 좋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이는 유보금에 대한 정의를 잘 몰라서 나오는 이야기다.

사내유보금이란 말 그대로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유보돼 있는 자금을 말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내유보금이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의 합으로 자본잉여금은 자본의 변동, 증 증자나 감자 과정에서 발행하는 차액이다. 이익잉여금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의미한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이익을 낸다면 이익잉여금은 점점 커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유보금이라는 용어를 곧 현금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다. 유보금 중 상당수는 이미 공장이나 기계, 토지 등에 투자됐지만 회계상 유보금으로 잡혀 있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안해서 유보금이 늘고, 투자를 하면 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상당수 기업은 이 유보금으로 이미 투자를 해 둔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사내유보금의 투자비중은 지난 2010년 84.4%에 달했다.

만일 사내유보금 1000억원이 있는 기업이 있다면 이중 844억원은 이미 투자됐다는 뜻이다.

이를 감안해 볼 때 주요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5년 사이 2배로 급증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 아닌 투자를 해 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재계가 반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미 상당부분을 투자해 왔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유보금을 놓고, 투자에 소극적이라니 현금만 쌓아두고 있다는 인식을 정부가 호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에선 ‘이미 설립한 공장이라도 팔아서 다시 투자하라는 것이냐’는 극단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 소득을 높여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명확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설익은 정책으로 국민을 물론 기업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부디 재계의 말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랄 뿐이다.

김만종 기자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만종 산업경제부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