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다. 술자리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늘 나오고 있다.

정도전이 인기가 좋은 것은 화려한 출연진은 물론 이들의 연기가 일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현재의 정치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도전을 자주 본 이들이면 ‘칭병사직’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병을 이유로 관직에서 물러남을 뜻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의 ‘칭병사직’은 정쟁에서 밀리 때 병을 핑계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 이후 더 큰 권한을 가지며 정계에 복귀한다.

고려말 이인임이 성리학자들에게 밀렸을 때에도 ‘칭병사직’을 이유로 삼았으며 이후 이성계 역시도 이를 써 먹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정도전’도 조선개국 이후 이방원(이성계의 삼남) 파에 밀리자 ‘칭병사직’을 태조 이성계에게 요청하기도 한다. 이 때 이성계는 “그 방법은 내가 써 먹었던 방법”이라고 말할 정도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이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무총리 직을 사퇴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지난 4월 27일 사의를 밝혔던 정홍원 국무총리는 2달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사의를 표명한 총리가 유임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결정은 안대희―문창극 등 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를 지켜본 많은 이가 검증에 부담을 느껴 총리직 제의를 고사해 인선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정공백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측면에서는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정 총리의 유임으로 인한 파장되는 문제는 여러 가지다. 첫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은 없어진 셈이다. 두 번째는 ‘관피아’ 척결·국가개조 등을 국정과제를 꼽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에서 이끌었던 인물이 과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 여부다.

이 때문에 네티즌은 ‘정치인지 개그인지 모르겠다’고 반응하고 노회찬 전 의원은 “먹다 남은 음식 내오는 꼴”이라고 폄훼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홍원 총리 유임을 정도전에 나오는 ‘칭병사직’과 연결시키면 ‘칭죄사직’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 총리가 유임이 된 이상 앞서 말한 우려들은 빨리 불식 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되야 할 것이다.

드라마로 돌아가서 이인임과 이성계, 정도전 등은 ‘칭병사직’ 이후 복귀해선 전 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정치를 이끌어 갔다.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리더십 부재에서 벗어나 소신으로 일하는 총리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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