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대희 차장

“국내 산업이 포화상태로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 섣부르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최근 기업들이 투자를 않고 왜 현금만 쌓아 두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녁자리에서 만난 A기업 전략실장의 퉁명스러운 답변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수익성 담보가 안되는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 아니냐’라는 답변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틀린 말이기도 하다.

현재 재계 서열 1~10위 까지의 기업들의 면모를 보자.

1위인 삼성전자의 모태는 초창기 설탕과 밀가루를 팔았다. 하지만 1980년대 말 반도체 투자에 투자하면서 지금의 삼성전자가 됐다. 당시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는 부정적이었지만 기업가 정신으로 꿈을 이뤘다.

두산 그룹 역시 소비재 위주에서 중공업 위주로 탈바꿈했다. 현재 두산그룹이 가지고 있는 소비재 사업은 극히 일부다.

현대자동차 역시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던 자동차 엔진을 국내에서 만들면서 글로벌 5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 두는 데 열을 올릴 뿐 투자는 없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재벌그룹 70개사의 2013년 유보율은 1578.5%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전년 1414.2%보다 164.3%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70개사의 잉여금 총액은 444조2000억원으로 전년 399조2000억원보다 11.3% 늘었다.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기업들은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안락함은 과거에 이뤄진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왜 모를 것일까. 투자가 없으면 기업의 미래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기업들도 깨달아야 한다.

월드컵으로 후끈 달아오르는 요즘이다. 축구 격언 중에 ‘공격이 최고의 방어다’라는 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가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라는 말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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