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지난 5일 전경련 국제회의실.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국내 30대 기업의 대표이사들이 방 한 가운데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하고 일어서 있었다.

취재진과 엉키면서 국제회의실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 자리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주재로 기업 관계자들과의 조찬간담회가 열려 참석차 모인 것.

이야기 주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 경기를 살려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름도 거창하게 ‘정상적 경제활동 복귀를 위한 경제계와의 모임’이었다.

그러나 간담회가 시작하기로 한 시간인 오전 7시 30분까지 현 부총리는 모습을 모이지 않았다. 3분이 지나서 나타난 현 부총리는 자리를 확인 후 돌연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과 손악수를 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만 인사하는 듯 싶었는데 빙 둘러 순회하듯 모든 참석자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참석자들이 엉거주춤 일어나서 악수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예정에 없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악수를 끝내고 자리에 앉은 시간이 7시 45분이다. 이미 시작 15분이 지난 상태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현 부총리의 장황할 정도로 긴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이제는 다시 경제다’다.

세월호 참사 직전에 경기가 회복 중에 있었는데 참사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다시 경기가 죽는 것 같으니 기업들이 계획된 투자를 조기에 집행해 달라는 것이다.

현 부총리의 기조연설이 끝났을 때는 8시 10분. 현 부총리가 이날 소요한 시간은 총 40분인 셈이다.

현 부총리의 발언을 마치고 시작된 비공개 모임은 8시 20분 정도부터 시작해 9시 20분 정도에 끝났다. 30개 기업 관계자들이 한 마디씩 모두 했다는 점에서 한 개 기업이 약 2분 정도 밖에는 사용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중요하다. 한 국가의 정책 흐름을 읽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정상적으로 경제활동 복귀를 원한다면 당사자인 기업의 이야기를 더 들어 줄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참석자들도 한 마디씩 하라고 해서 뻔한 이야기를 했을 뿐 이라며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정부의 행태에 불평을 토로했다.

경제를 살리기 진정으로 원하다면 당사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진심으로 들어봐야 한다.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기업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없는 것이다. 정부의 진심으로 변화된 모습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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