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한우영 기자.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24원에 장을 마쳤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020원 초반대로 밀리면서 ‘세자릿수’ 환율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환율 하락이 수익성 악화 및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원화 값은 국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최근 한 달 새 약 4%가 올랐다. 내적인 원인은 2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다.

지난해 80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경상 흑자는 올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4월까지 올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03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011년(114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외적인 요인은 글로벌 달러 약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이 가장 큰 업종은 자동차와 조선이다. 국내 생산분의 75∼80%를 수출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20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 관계자는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헤지에 가입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1분기 채산성 악화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했다.

지난 14일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수출 50만 달러 이상인 무협 회원사 2000개사를 상대로 실시한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기업 영향’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340개사(대기업 30개사, 중소기업 310개사) 중 88.5%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환율방어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는 대기업보다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9일 수출 중소기업 백 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91.5%가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물가 인하 등 원화 강세의 긍정적 효과를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 2년간 지속됐던 불황형 흑자(완만한 수출 경기 회복 속에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수입 부진)가 이어지고 있다. 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월호 비극으로 내수 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어느 때 보다 금융당국의 원화 가치 강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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