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이러다가 모두가 죽을 지도 모를 일이에요. 그래도 산 사람들은 살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해운업계가 직면해 있는 현실이다. 업황 부진에 기업 실적은 줄줄이 적자전환되고 있으며 여기에 최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정부 지원조차 바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해운업계의 발전을 위해 모여 정관계, 기업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해운업계 관련 소속 국회의원 9명과 각 해운사 대표,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선주협회 등 총 100여명으로 꾸려진 바다와 경제 포럼은 최근 모임을 갖고 해운업계 지속적인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논의된 내용들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특히 어느 누구도 해운업 지원을 말할 수 없는 ‘벙어리 신세’가 돼 버렸다.

이유는 해운업계의 목소리를 한 곳에 모아야 할 선주협회가 압수수색을 받고 있으며 바다와 경제포럼 소속 국회의원들은 외유성 시찰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계 전체가 비리집단으로 내몰려 그동안 논의됐던 지원책들은 아예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비리 의혹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해운업계에 놓인 시급한 문제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당초 정부는 해운보증기구와 해양금융종합센터를 연내 설치할 계획이었다. 지원책이 늦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이슈에 밀려 연내 설립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톤세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톤세제는 실제 영업이익이 아닌 운항선박 톤수와 운항일수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부과해 해운업계의 세금 부담을 더는 제도다. 정치권에서 연장 논의를 하지 않으면 올해 말 자동 소멸된다. 법인세 부담이 늘면 해운업체들이 세제혜택을 주는 다른 국가로 선박 등록을 이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해운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갖는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그러나 오늘도 이렇게 침묵 속에서 해운업계의 잔인한 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해운업계를 모두 범법자로 만들면서 필요한 지원마저도 끊어버리면 안된다. 하루 빨리 해운업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정부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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