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23.5세. 소녀보다 숙녀에 가까운 나이다. 평균나이 17.5세에 데뷔한 그룹 '소녀시대' 아홉 멤버들은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났다.

소녀시대는 태생부터 팀 이름 안에 함정을 지니고 출발했다. 샤방샤방한 '소녀'라는 이미지는 나이가 쌓이면서 풍화될 수밖에 없다. 이름을 바꿀 수도 없는 처지다.

이를 무마시킬 수 있는 것은 실력으로 무장된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이다. 영악해진 대중은 걸그룹이 마냥 분홍빛에만 갇혀 있을 거로 생각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대형 매니지먼트사 SM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과 대중의 욕망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발현된 소녀시대는 데뷔 6년 차에 들어선 올해 갈림길에 섰다.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소녀시대의 첫 월드투어 '2013 걸스 제너레이션 월드투어-걸스 & 피스'는 소녀시대 멤버들이 걸그룹과 뮤지션 사이를 교묘하게 줄타기한 공연이었다.

티파니(24)가 공연 시작 전 "여전히 소녀가 되고 싶다"고 밝힌 것처럼 공연 초반은 분홍빛으로 가득했다. 나무가 모두 말라 죽은 삭막한 벌판 한가운데 놓인 분홍 꽃봉오리 안에 멤버들이 누워있는 영상부터 소녀시대의 '소녀다운'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미니앨범 3집 타이틀곡 '훗'과 일본 정규 2집 수록곡 '애니멀' 무대를 물체의 입체상을 3차원 영상으로 재현하는 홀로그램으로 꾸민 소녀시대는 '말해봐' '더 보이스' '아이 갓 어 보이' 등을 남자의 마음을 자극했다.

'카레이싱 게임'을 소재로 한 영상 뒤이어진 '미스터 택시'부터 퍼포먼스가 강해졌다. 약 1m 길이의 야광봉을 들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사한 'T.O.P'를 비롯해 '파파라치 '런 데빌 런' 등을 부를 때는 강하면서도 섹시한 면모를 뽐냈다.

아카펠라로 편곡한 정규 1집 수록곡 '베이비 베이비'의 마지막 부분에는 공연장에 운집한 1만여 팬들이 나란히 "우리 오래가자"라는 미니 플래카드를 들고 소녀시대 멤버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일본 정규 2집 수록곡 '아임 어 다이아몬드' 때부터 이날 공연의 정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익스프레스 999'와 '소원을 말해봐'에서 선보인 안정된 퍼포먼스는 소녀시대가 음악가로 거듭나고 있음을 확인케 했다.

레이저쇼와 분수 쇼가 어우러진 일본 정규 1집 수록곡 '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무대에서 미국 가수 프랭키 밸리(79)의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스 오프 유'로 이어진 무대는 소녀시대 군무와 사랑스러움을 볼 수 있는 화룡점정이었다.

이어진 '마이 J'와 '키싱 유', '힘내'를 부를 때는 로맨틱한 의상을 입고 나와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특히, 소녀시대의 대표곡 '지'를 부를 때는 팬층의 상당수를 차지한 남성팬들의 우렁찬 합창으로 공연장이 들썩거렸다.

유리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 마냥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감동 받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서현은 "2년만의 콘서트인데 오랫동안 기다려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로 본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소녀시대는 도입부를 아카펠로 편곡한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와 19일 일본에서 발매 예정인 새 싱글 '러브 &걸스', 정규 2집 타이틀곡 '오!' 등을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아쉬움을 달랬다.

공연 중간 여러 차례 선보인 영상 속에서 멤버들을 여신으로 등장해 팬들의 환상을 자극게 했다. '하이디 VS 네로' 영상에서는 한류 듀오 '동방신기' 멤버 최강창민(25)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지름 3.6m, 높이 1.8m의 대형 케이크 모형과 가로 20m, 세로 8m의 분수 등 다양한 무대 장치 등은 공연의 규모를 키웠다. 다만 고르지 못한 음향은 옥의 티였다.

2시간30분 남짓 진행된 이날 콘서트는 소녀시대의 기존 공연보다 퍼포먼스에 주력했다. 소녀시대의 기존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다양하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토크 시간이 많지 않았고, 개인 무대 하나 없이 단체 무대로만 이뤄진 점도 그러한 면을 부추겼다.

이미 세계 팬들은 '스파이스 걸스' '푸시캣 돌스' 등 내로라하는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통해 뮤지션으로 통하는 걸그룹들을 접했다. 7월 20, 21일 타이완 타이베이를 비롯해 아시아는 물론 미주와 남미 등으로 이어지는 첫 월드투어는 실력으로 경쟁할 시기가 온 소녀시대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열린 이번 콘서트에는 2일간 2만여 명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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