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 추징과 관련해 검찰이 대규모의 미술품을 압수하면서 또 다시 미술계가 긴장하고 있다. 비자금이나 돈세탁 등 좋지 않은 ‘검은돈’ 논란이 일면 항상 그 중심에는 미술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미술계에서는 겨울과 함께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그렇지 않아도 비수기인 요즘 같은 시기에 미술계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대부분의 화랑 대표들 입장은 비슷하다. 비수기인데 더해 미술품으로 인한 ‘검은돈’ 거래 의혹이 일어나면서 이 시기에 누가 그림을 사고 파냐는 얘기다. 때문에 손님을 부를 수도 그림을 팔수도 없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그림을 사고파는 화랑은 말할 것도 없고 미술 작가들까지도 전전긍긍이다. 전시를 열어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최근 전시를 열었던 작가는 “이번 여름은 장마도 길고 전시 기간 내내 비가 내려 관람객이 적었는데 최근 미술품과 관련된 안 좋은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평소에 항상 오던 컬렉터들도 발길을 돌렸다”며 “그렇다고 무작정 부를 수도 없고 화랑뿐 아니라 작가들까지 난처한 입장으로 너무 힘든 시기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아직은 이러한 미술품 구입대금 출처가 전 전 대통령의 돈이란 것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미술품이 도마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미술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미술계는 ‘태풍의 눈’에 있는 것은 아닌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태풍이 불 때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곳이 바로 ‘태풍의 눈’이기 때문이다. 풍파가 불었지만 아직은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면서 조용히 추이를 지켜보는 현 상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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